오늘날 지구화의 급속한 진전, 또 코로나 감염병으로 상징되는 인류문명의 국면 전환기를 맞이하여 우리 사회는 새로운 대안가치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법고창신’이라는 인류의 오랜 지혜로써 바라볼 때,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문제들을 풀어갈 무한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더 나아가 유라시아의 오랜 문화 전통은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법고창신의 해법을 간직하고 있는 무궁한 지혜의 보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유라시아문화의 원류에 대해서는 근대 이래 서세동점의 과정에서 서양인들이 연구를 주도하였고 ‘샤머니즘(巫)’적 시각으로 방향지워졌습니다. 샤머니즘적 시각은 동아시아 사회로도 그대로 수용, 동아시아 고대문화에 대한 기본 전제로 굳어져 왔습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이후 중국 동북지역 고고학의 성과가 축적되면서 ‘샤머니즘(巫)’의 원형인 ‘선도문화(仙)’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동북아의 선도문화는 생명존중’과 홍익실천에 기반한 ‘공생(共生)’의 요소를 특징으로 하며, 과거 유라시아사회를 가로지르는 동·서 문화 교류의 기저에 자리한 문화였습니다. 이는 통시대적 보편가치를 담고 있는 인류의 고귀한 문화자산으로 오늘날 지구화의 시대에 부합하는 대안가치로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문화나 동북아문화에 대한 인식이 급진전되고 있는 변화 속에서 우리 학회는 인식의 지평을 유라시아문화로 넓혀 보고자 합니다. 유라시아문화를 단절이 아닌 상호 연대의 시각으로 접근, 동·서 문화 교류사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그 현재적 의미를 연구함으로써 한국문화나 동북아문화가 유라시아문화에서 갖는 위치를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연구 분야나 연구 방법의 면에서는 인문사회학을 중심으로 학제간 융합 연구를 지향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과거 드넓은 초원으로 연결되었던 유라시안 공동체를 오늘날에 맞는 방식으로 복원해가는 기반이론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문화, 더 나아가 유라시아문화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생명존중’과 ‘공생’이라는 통시대적인 보편가치에 대한 인식은 오늘날 위기에 처한 인류문화의 방향을 틀어 다시금 보편가치에 입각한 원점으로 되돌려놓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