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시대 곰과 범의 역사적 실체와 토템문화의 재인식
○ DOI
https://doi.org/10.47527/JNAH.2022.02.6.73
○ 저자
임재해(안동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
○ 목차
Ⅰ. 역사 서술의 ‘기표’와 ‘기의’ 관계의 층차
Ⅱ. 사료의 기표에 매몰된 단군조선 부정 논리
Ⅲ. 동물토템의 역사적 서술 기능과 사료 재인식
Ⅳ. 동물토템으로 서술된 사료의 의미와 교차검증
Ⅴ. 역사적 실체로서 곰족과 범족의 예맥족 문화
Ⅵ. 곰신앙의 잠적과 범신앙의 지속이 지닌 뜻
Ⅶ. 토템문화의 전통과 다중문화주의의 미래
○ 국문요약
역사연구는 사료의 기표가 아니라 기의를 해석해야 한다. 실증주의 형식논리에 따라 사료의 기표를 근거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사료의 오독이자 역사 왜곡이다. 한 편의 건국신화는 불가사의로서 역사라 하기 어렵지만, 여러 편의 건국신화를 모아서 총체적으로 분석하면 신성한 시작의 역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범은 짐승이 아니라 곰족과 범족을 나타내는 집단 상징 곧 동물토템이다. 이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고분벽화의 ‘신단수도’와 금동장신구인 ‘환웅천조상’을 통해 환웅은 새토템족이라는 사실도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토템으로 표현된 신화적 불가사의가 오히려 더 효과적인 역사 서술의 기법이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집단 상징을 동물로 나타내는 토템문화는 고대 사료와 고분벽화, 장신구 등에 두루 나타날 뿐 아니라, 현대 국가의 정부 휘장을 비롯해서 대학의 마크, 명품의 브랜드 등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화 현상이다. 집단 정체성을 나타내는 토템문화는 과거의 것이자 현재의 것이며 미래의 것이다.
단군신화의 곰과 범은 맥족과 예족을 나타내는 토템으로서 역사적 실체로 존재하는 종족이다. 범족인 예는 제천행사로 무천을 행할 뿐 아니라 범 토템족답게 범을 신으로 섬기며 제사를 올리는 전통을 지녔다. 곰족인 맥은 일본어에서 ‘고마(こま)’라 하여 곰을 뜻한다. 곰족은 웅녀로서 환웅과 성혼을 하여 단군을 낳았을 뿐 아니라, 중국 우하량의 여신묘에서 여신상으로 섬겨졌다. 그럼에도 곰신앙은 잠적하고 범신앙이 널리 전승되는 것은 곰족이 환웅족 문화에 적극 동화된 반면에, 범족은 쉽게 동화되지 않고 자기 문화의 정체성을 지켜온 까닭이다.
한국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시각적 상징성 확보를 위해 현대적 토템문화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도리이(とりい)와 중국의 홍등은 각각 자국문화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현재 한국은 그런 기능을 하는 문화적 상징이 없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마을에 장승과 솟대를 세워 환웅과 단군의 후손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표상했다. 이러한 전통을 살려서 마을마다 장승과 솟대를 세워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
환웅족이 곰족과 범족과 연맹을 이루어 고조선 시대를 열었다. 곰족은 동화되어 문화적 자취가 사라졌지만 범족은 동화되지 않고 일탈하여 자문화를 꿋꿋하게 지켰다. 따라서 한국문화는 천신신앙 외에 범신앙과 산신신앙이라는 다양한 문화를 전승할 수 있었다. 앞으로 외국에서 혼입해 오는 제3세계 여성들을 한국문화에 동화시킬 것이 아니라, 자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도록 하여 문화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문화주의를 넘어서 다중문화주의로 가는 것이 미래의 전망이다.
○ 주제어
건국신화, 환웅본풀이, 토템문화, 기표와 기의, 민족 정체성, 다문화주의, 다중문화주의